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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 아닌 '갱신'의 소망을 담아 - 리처드 호슬리 『서기관들의 반란』 리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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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이 아닌 '갱신'의 소망을 담아 - 리처드 호슬리 『서기관들의 반란』 리뷰.

christianjin 2016. 7. 8. 17:27

파국이 아닌 갱신의 소망을 담아

 

리처드 A. 호슬리 | 서기관들의 반란, Revolt of the Scribes|  박경미역 | 한국기독교연구소 | 374.




<이미지출처 : 한국기독교연구소 홈페이지>



*
본 글에서는 출판사의 표기방식을 따라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언약계약으로, ‘제사장가문사제귀족으로 그리고 당시 성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중간기의 유대사회를 성전국가로 적었습니다.



묵시문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J. 콜린스는 묵시문학적 상상력”(가톨릭출판사 출간)의 서론에서 문학형태 (literary type)로서의 묵시록(apocalypse)”과 역사적 운동으로서의 묵시문학 (apocalyptic)”을 구분하는 코흐(Koch)의 견해를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묵시록이 항상 묵시문학적 종말론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소개된 책 23)


 

리처드 A. 호슬리(이하 저자)는 본 책 서기관들의 반란에서 묵시문학의 양식이 담겨있는 중간시대(책에서는 2성전시대로 소개)의 문학은 세상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문학이 기록되던 배경 속에서 제국의 종말을 말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기록하게 동기는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의문입니다.

외국 통치자들의 지배 아래에서 절망하던 유대백성이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하느님이 여전히 역사에 대한 주권을 갖고 계시는지에 대해 가졌던 의문입니다.

저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유대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답을 하는데 대답은 그에 대해 제국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백성들은 회복(순교자들의 회복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말하는 유대지식인들이 바로 서기관들이며, 그들의 역할은 유대의 거룩한 전승들(율법) 대한 지식을 활용해서 성전을 지배하는 사제귀족들 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15) 저자에 의하면 이들 서기관은 이러한 역할과 더불어 본문들을 작성하고 필사해서 그것들이 보존되도록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계층입니다.


 

2성전 시대의 본문들은 하느님의 심판을 역사적이고 지상적인 삶을 넘어선 종말론적, 우주적 대파국이 아니라, 역사적 위기의 해결로 서술한다. 이 해결을 통해 천상의 지배가 회복되고 새롭게 된 땅 위에서 이스라엘은 갱신을 이룬다. (21)


 

서기관들의 위치

 


저자는 유대의 사회구조 속에서 이 서기관들이 가진 위치에 주목합니다.

그들은 성전국가 속에서 사제귀족의 조언자이며 대변자 역할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백성들의 헌물로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백성(특별히 귀족)들에게 의존하고 그로 인해 그들에게 충성하는 위치와 계약의 계명들에 대한 스스로의 헌신 사이에 끼어 있었음을 지적합니다. 더불어 본래 성전국가의 설립자체가 페르시아의 후원을 받은 것이었음을 지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성전과 대사제는 유대의 질서를 유지하고 세금을 거두기 위한 제국의 도구였다는 것이죠. 이것은 중간기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이 그들을 지배할 때도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서기관들은 하느님이 유대백성의 통치자라는 관점과 제국의 지배라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또한 성전국가 자체가 제국의 지배에 종속되었기에 서기관들과 사제귀족 사이의 갈등은 더욱 복잡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서기관들)의 역할은 계약과 계명을 기억하며 유대의 거룩한 전승들을 토대로  사제귀족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탄생한 것이 묵시문학이며 그렇기에 이들이 전달하고자 한 내용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제국의 종말이며 그 안에서 새롭게 갱신될 세상이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묵시문학의 소개


 

저자는 본서를 크게 두 단락으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헬레니즘 제국의 통치시기와 그 시기에 대해 말하는 묵시문학이고

또 하나는 로마제국의 통치시기와 그 시기에 대해 말하는 묵시문학입니다.


 

전자의 배경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은 다니엘서, 파수꾼의 책, 에녹서와 모세의 유훈입니다.

후자의 배경속에서는 당시에 일어났던 주요한 사건들(마카비혁명, 헤롯의 지배, 유대에 대한 로마의 직접통치)을 이야기 하면서 쿰란공동체와 사해사본, 솔로몬의 시편, 에녹의 비유에 대해서 말하고, 모세의 유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저자의 이러한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하느님에 대한 충성과 정권의 통치자들에 대한 충성 사이의 갈등을 느끼던 유대의 서기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하느님은 여전히 우주에 대한 최종적인 지배권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성전국가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필요했고 그 필요를 위해 서기관들은 묵시문학을 기록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묵시문학 속에서의 환상의 의미, 역사개관의 의미는 사실 제2성전 정권 일반에 대해 반대하고 예루살렘에서의 헬레니즘적 개혁(특별히 안티오쿠스의 침공)에 대한 저항임을 자세하게 논증합니다.


 

로마제국시대도 이와 마찬가지긴 하지만 헬레니즘시대의 갈등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는 로마시대에는 로마에 의해 성전국가가 파괴(성전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대사제귀족은 유대백성들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기 때문에 로마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성전국가를 유지시킬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예루살렘 성전과 성전국가가 끝나버림에 따라서 서기관들도 역시 더이상 존재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비록 서기관이라 불리우는 자들은 더이상 발견하기 어렵게 되었으나 그 역할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그들의 역할을 이어서 하던 이들을 지목합니다. 저자가 지목하는 이들은 바로 쿰란의 계약 공동체입니다.


 

시대적 상황의 변화, 그리고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의 변함에 따라 묵시문학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그 관점이 조금 달라집니다.


 

책의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묵시문학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논증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책을 통해 이 부분을 자세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묵시문학본문들 역시 제국의 통치에 관심하고 있지만 이 시들(솔로몬의 시)이 이전의 묵시문학본문들과 다른 것은 확실히 서로 다른 상황 때문일 것이다. 즉 한편으로 기원전 170년대와 160년대 셀류시드 제국치하의 상황과 다른 한편으로 기원전 60년대와 그 이후 수십 년 간 로마통치가 시작된 상황 사이의 차이일 것이다. 에녹서와 다니엘서본문은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에 의해 유대인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이 급속도로 파괴되어가는 위기를 반영하며, 또 그러한 위기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솔로몬의 시편은 신명기사가적 관점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백성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들이 계약의 율법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달려 있으며, 하느님은 순종하느냐 불순종하느냐에 근거해서 의로움에는 상으로, 무법성에는 벌로 심판하실 것이다. (286~287)


 

저자는 서기관들이 제국의 통치를 받는 유대사회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절망 속에서 그 고통과 절망을 주는 세력의 실체를 폭로하고 하느님의 통치에 대해서 자문하며 통치에 저항하면서 하느님의 통치가 이뤄지기를 대망하고 있었음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제국주의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하며 거기에 저항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질문합니다.


 

역사는 절망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는 이 세상은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되리라는 계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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