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Life of Christian

리처드 헤이스 "신약의 윤리적 비전" 리뷰. 본문

생활/영화, 그리고 책

리처드 헤이스 "신약의 윤리적 비전" 리뷰.

christianjin 2015. 6. 16. 17:32



오래 전에 쓰인 성경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리처드 헤이스 신약의 윤리적 비전 

: The Moral Vision of the New Testament” 

유승원 역, 서울, IVP. pp.13-709. (711-775는 참고문헌, 색인 및 역자후기)

 

삶에 대한 태도, 살아가는 방식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엿 볼 수 있게 합니다.  즉 그것들은 정체성을 드러내 줍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태도와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것이 드러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문제는 무엇으로 그 태도와 방식의 기준을 삼아야 하는가 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삶의 기준을 비롯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경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의 내용으로 생각의 기준을 삼고, 행동지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는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상황/배경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상황/배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개념들이 오늘날에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것들을 오늘날에는 아주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간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적지않은 갈등을 겪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면서 문자적으로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시도는 금방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좌절하게 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한국교회의 강단에서는 성경대로 산다는 것을 성경에 쓰여있는 문자그대로 믿어야 하고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성경에는 구약의 율법들을 전복시키는 듯이 보이는  예수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런 모습을 서슴없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고 할 뿐 아니라 율법의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5:17-18)

앞에서 율법을 전복시키는 듯이 보이는 예수의 모습이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율법의 참 의미를 설명해 주고, 실천 할 뿐만 아니라 예수 당시의 상황/배경 속에서 구약의 말씀들을 재해석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재해석의 문제입니다. 과연 어디까지, 얼만큼 재해석될 수 있을까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필연적으로 성경을 재해석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재해석은 성경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패러다임들을 무시한 채 무조건 상황에 맞게만 재해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의 말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패러다임을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상황/배경 속에서 타당하게 재해석을 해야 한다는 말힙니다.

저자 리처드 헤이스는 본서 신약의 윤리적 비전의 서론을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마귀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성경을 인용할 수 있다.” (p.23.)

 

그가 경고하는 것은 성경’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 어떤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해 성경의 본문들을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위험성입니다.  그래서 그는 성경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 지,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그 성경의 내용들을 토대로 기준점을 찾고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은 분량을 사용하며 말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신약성경을 읽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기준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가 제시하는 중요한 틀은 네 가지 입니다.

 

첫째, 정밀한 본문 독해로서의 서술과제입니다.(descriptive)

그는 1부를 통해 바울과 코이노니아에 대해서, 그리고 바울의 전승, 각 복음서의 주제들, 역사적 예수의 역할, 계시록에 대해서 자신이 본문독해를 통해 발견한 메시지들을 소개 합니다.

 

둘째, 정경의 맥락에서 본문의 위치를 확인하는 종합과제입니다. (synthetic)

저자는 본 서 2부를 통해 종합과제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그는 먼저 신약성경내에서 발견되는 불일치들에 대해서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지를 말합니다.

그 절충과정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집중된 초점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동체’, ‘십자가’, ‘새창조입니다.

 

셋째, 본문과 우리의 현실을 연계하는 해석과제입니다.(hermeneutical)

이 해석과제를 위해 저자는 먼저 성경의 양식을 규정, 원리, 패러다임, 상징으로 구분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직 성경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부적절하게 여기며 성경외에 전통, 이성, 경험의 툴을 사용해야 함을 제시합니다.

 

교회가 성경의 권위를 아무리 심각하게 옹오한다 하더라도, 슬로건 솔라 스크립투라(오직 성경으로)는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부적합한 명제이다. 왜냐하면 성경 해석은 결코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약 성경은 언제나, 이성과 경험의 조명을 사용하고 성경을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연관시키려 시도하는, 어떤 특정 전통의 영향 아래 있는 해석자들에 의해 읽혀 왔다. “ (p.330)

 

저자는 본서 3부를 통해 위와 같은 툴 -  서술의 측면(본문 해석의 적확/적합성), 종합의 측면(사용된 본문의 범위, 본문의 선정, 초점 이미지), 해석의 측면(규정,원리,패러다임,상징,전통,이성,경험), 실천 을 사용하여 라인홀드 니버, 칼 바르트, 존 하워드 요더, 스탠리 하우어와스,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가 말한 기독교 윤리에 대한 부분을 비평합니다.

 

넷째, 본문을 따라 살아가는 실천과제입니다.(pragmatic)

이것은 말 그대로 적용의 부분입니다. 저자는 본서 4부에서 폭력’, ‘이혼과 재혼’, ‘동성애’, ‘반유대주의와 인종 갈등’, ‘낙태를 다루며 현대사회의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를 합니다. 이 주제들을 다룬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이슈라서가 아니고(물론 그런 영향도 조금은 있겠지만) 저자가 앞에서 말한 내용들을 실제로 적용하고 제시하는데 도움이 되는 주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낙태의 경우, 성경의 본문으로 기준을 잡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낙태의 문제를 다루는 본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슈를 다루는 4부로 쉽게 넘어가려는 독자를 만류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4부의 이슈들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지만 저자의 권면을 따라 처음부터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고나니 왜 저자가 뒷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것을 말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4부 앞부분에 나오는 독자를 위한 조언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1-3부를 먼저 읽기 전에는 제 4부를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여기서 제시되는 규범적 판단은, 오직 앞에서 다룬 신약 성경의 내용 분석과 그것을 기독교 윤리학에 대한 권위로 사용하는 데 적합한 방법들에 비추어 읽히도록 의도된 것이다.” (p.485.)

 

이렇게 리처드헤이스는 현대를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상황/배경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상황/배경의 차이 속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찾으며 어떤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토대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태도와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합니다.

물론 자신이 제시한 이 모든 것들이 완전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약점도 존재함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시한 이런 툴과 적용점은 우리에게 큰 유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마지막 문단은 저의 가슴을 뜨겁게 해 주었습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12:2). 이것이 신약윤리학의 과제다.”(p.708)

 

일반의 교우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이나 목회자들에게는 이 책을 정독하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