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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f Christian

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 리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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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 리뷰.

christianjin 2017. 8. 15. 12:27

‘Homo Imbibens’ :  마시는 인간

성기문 [기독교 역사  ] 읽고.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성기문 | 기독교 역사 | _커뮤니케이션 | 2017 | 217.



한국사회에서 개신교인에 대한 모습을 말하면 떠올리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것이 개신교인의 모습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개신교인들이 음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예전에 교회의 야외모임에서 음료수 병에 술을 담아가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술을 마시고는 싶은 것과 교회에서는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인식의 충돌이 결국 이런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 ‘충돌’은 그 동안 한국의 교회들이 ‘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문화가 아닌 ‘음주’ 자체를 ‘죄’로 여겨 왔던 분위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무엇이 더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음주 자체보다 그것을 숨기고 마시는 ‘위선’이 더 큰 문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엿보는교회사 


저자 성기문(이하 ‘저자’)은 “기독교 역사 속 술” 이라는 책을 통하여 한국개신교회가 가지고 있는 술에 대한 거부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추적합니다.

그 추적은 ‘술의 역사’ 임과 동시에 그 ‘술’과 함께 엿보는 ‘기독교 역사(교회사)’이기도 합니다.


1. 술의 구분 : 


저자는 우선 ‘술’을 구분을 합니다. 

쉽게 구분해 보자면 우선 고대에서 부터 사용되었던 ‘맥주’와 ‘포도주’입니다. 게다가 이것들은 고대사회에서 오히려 ‘물’보다 안전한 ‘음료’로 여겼었다고 합니다.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점을 고려해 본다면 고대사회에서의 ‘술’은 단순한 ‘음료’의 역할을 뛰어 넘어 생활을 위한 필수요소였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구분되는 ‘술’은 스피릿(Spirit)입니다. 이것은 증류주(蒸溜酒)로서 에탄올 40도 이상의 술을 총칭합니다.


이러한 술의 구분은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말하고 인식했던 ‘술’에 대한 이해 때문입니다.

근대 이전의 기독교에서 말하고 사용한 술은 ‘스피릿’이 아닌 ‘맥주’와 ‘포도주’입니다. 이러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자는 술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술의 제조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2. 각 시대별 음주문화 : 


또한 저자는 각 시대별로 그 당시에 있었던 ‘사회의 음주문화’와 ‘교회의 음주문화’를 추척하고 비교를 합니다.  

구약시대는 ‘세속적 축제’와 ‘비공인 종교축제’ 그리고 ‘제사’에서 사용된 ‘술’의 용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신약시대에는 그리스-로마제국의 술(식사) 문화인 ‘심포지움’과 ‘연회’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따라 나타나기도 한 부정적인 결과들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 후, 그 모습들이 교회에 침투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술취함’에 대한 경고를 했음을 말합니다.


기독교 초기의 역사에 대해서는 ‘성만찬’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교회에서 행했던 ‘성만찬’이 ‘수도원’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었는지를 설명합니다.



교회 거부해왔는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구약의 시대로부터 중세기독교의 시기 까지 ‘술’은 기독교역사 속에서 부정적인 것로만 여겨지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교회에서 어떻게 활용이 되어 왔었는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특히나 수도원)를 통해 양조기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근대에 이르러 등장한 ‘금주’입니다.

물론 이것도 갑작스럽게 등장한 현상은 아닙니다.  이 금주에 대한 배경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대항해시대와 ‘스피릿(Spirit, 蒸溜酒)’의 보편화 : 


저자는 여기서 부터 제가 앞에서 소개했던 ‘스피릿(Spirit, 蒸溜酒)’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16세기 이전까지는 자연발효알코올의 시대였다면 16세기부터는 증류주가 등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것은 유럽인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진 대항해시대에 더욱 환영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연발효에 의한 맥주나 포도주는 오랜시간동안 바다를 건너는 동안에 쉽게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술의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진 술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또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수입을 위해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이 쉽게 쉴 수 있는 곳은 ‘술집’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스피릿은 짧은 휴식시간에 빨리 취할 수 있게 만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음료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피릿의 보편화는 더불어서 중독, 또한 취함과 동반되는 무절제함과 도덕적인 문제들로 확장되어, 이 문제에 대한 대처는 교회가 나서기에 앞서 이미 유럽의 정부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었다고 합니다. 


2. 안전한 음료의 개발 : 


19세기 이후 안전한 음료와 비알코올 음료가 개발되고 보급됨에 따라 ‘술’에 대한 대처는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이 때부터 금주 운동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있고, 또한 이 때는 더이상 ‘술’이 ‘물’보다 안전한 음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물’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3. 한국교회의 금주령 : 


한국교회의 금주의 이해는 세계적인 금주운동의 한 부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며, 저 역시 기 견해에 동의합니다. 한국교회는 미국 근본주의(Fundamentalism), 청교도, 금주 시대의 영향을 받았던 미국의 감리교(성결교)의 절제운동의 영향 아래에서 금주를 신도의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 말하고자 하는 .


저자는 책 제목과 같이 ‘기독교 역사 속의 술’을 이야기합니다.

술은 고대사회에서 물보다 안전한 음료로 여겼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 속에서 따로 뗄 수 없는 것으로 말합니다. 이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 일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음주문제는 오랜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또한 음주는 역사적으로 ‘아디아포라(adiaphora)’라 불리우는 비본질적인 문제였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저자는 음주의 문제는 중요한 기독교 신학들과 관련이 있음을 말하면서, 성서에서 언급된 술에 대한 신학적 이해(포도, 포도즙, 포도주, 독주로 불리던 맥주, 성찬식 등과 관련있는)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음주를 죄로 여긴 한국교회의 전통은 19세기-20세기에 있었던 세계적인 금주운동의 이해 속에서 보아야 하며, 오늘날 ‘음주’는 신학적인 측면과 목회적인 측면에서 좀더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합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저자가 속한 교단인 북미개혁교단(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의 알코올에 대한 공식입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문구 가운데 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비록 금주는 윤리적으로 칭찬할만한 선택이지만, 그리스도 안의 자유로움으로 알코올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을 정죄할 수는 없다.” (책 210쪽에 소개)



이 문구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술’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교회에서 ‘음주’를 ‘허용’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또한 자유로운 음주를 격려하거나 하는 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술’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혹은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근대에 일어났던 ‘금주’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고요.  

저자는 이런 역사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 한국개신교회가 취하고 있는 ‘음주문화’에 대한 생각과 입장이 과거의 것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있는 시대와 사회 속에서 유동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기독교 역사와 함께 있었던 ‘술’에 대한 이해를 갖고, 오늘날 그리스도인으로서 ‘음주문화’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면, 본 책 “기독교 역사 속 술”은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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