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레 바키오키 "안식일에서 주일로" 리뷰

‘정해진 날’과 ‘의미를 부여한 날’에 대한 질문

: 사무엘레 바키오키 [안식일에서 주일로]를 읽고. 

사무엘레 바키오키(Samuelle Bacchiocchi) | 안식일에서 주일로(From Sabbath To Sunday) | 이국헌 역 | 나무그루 | 2012년 | 428쪽.

기독교인들은 매주 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면서 구약성서에서 말하고 있는 십계명 가운데 ‘안식일’에 대한 규례와 연관을 지어 일요일에 갖는 모임과 예배를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구약에서 언급되고 있는 ‘안식일’은 일곱번째 날로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주간계산에서는 ‘토요일’에 해당이 됩니다(유대인들의 전통에 따르면 금요일저녁부터 토요일저녁까지가 되겠지요).

물론 기독교인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요일’을 ‘주일(주님의 날)’로 언급하면서 특별한 날로 여기고 이 날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눕니다.

그렇다면 왜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에 모이기 시작했고, 이 날을 특별한 날로 여기고 있을까요? 

안식일교인이기도 한 사무엘레 바키오키(Samuelle Bacchiocchi, 이하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안식일’을 지키던 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요일(주일)’로 날을 옮겨서 그 날을 특별하게 여겼는지에 대해 본 책 [안식일에서 주일로]에서 논증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기독교가 서방교회(특히 ‘로마교회’)의 주도 아래 ‘일요일’을 특별한 날로 여긴 이유는 사도들이나 예루살렘교회를 중심으로 한 초대교회의 전통에 의한 것도 아니요 신학적인 이유도 아닌 사회적/정치적 이유에서라고 말합니다. 

일요일에 대한 신학  

기독교는 ‘일요일’에 대한 분명한 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활’, ‘새로운 창조(종말론적인)’ 에 관한 신학입니다. 그리고 종말론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일요일은 ‘제 8요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저자도 기독교가 일요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이러한 신학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논증도 펼칩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독교의 일요일에 대한 신학을 처음부터 반박하거나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맨 마지막 챕터에 자리를 두게 함으로 앞에서 자신이 논증한 내용들에 근거하여 일요일 신학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일요일에 대한 신학이 본래 사도적 권위나 초대교회의 전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 발생한 사회적/정치적 상황속에서 ‘일요일’을 특별하게 하기 위한 사후조치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일요일 신학’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에 앞서, 기독교가 왜 ‘일요일’을 중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안식일’의 의미와 성서의 내용 : ‘안식일’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

저자는 먼저 ‘안식일’의 신학에 대해서 말을합니다. 저자는 안식일을 ‘구원’으로 설명을 합니다. 

“안식일은 3가지 차원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원에 대한 기념이 된다” 29쪽.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안식일은 유월절과 더불어 ‘구원’에 대한 기념의 날이며  이것은 또한 미래의 메시아적 구원의 상징이 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회에서 안식일과 안식년은 메시아가 자신의 백성들에게 가져다 줄 완전한 구속에 대한 ‘예표/전조’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해석은 기독교내에서도 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출애굽기의 안식일명령은 ‘창조’에 근거하고 있고 같은 명령을 하고 있는 신명기의 명령은 ‘출애굽’에 근거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안식일’의 명령은 분명 ‘구원’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각주:1]

저자는 안식일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도 이에 근거하고 있음을 논증합니다. 즉 그가 안식일에 행한 치료행위들은 안식일의 구속적 표상을 성취한 것이라는 거죠.  핵심은 그 날을 “의식적으로 잘 지키는 것”보다 “인간의 필요에 대한 요청에 반응”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과거 창조를 기념하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요를 보살펴주므로 구원의 축복을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 62쪽. 

저자가 제시하는 ‘안식일’에 대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반원칙(안식일에 대한 명령)
2. 사람들의 필요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 그 필요를 위해 재정된 명령 : 제사장들은 안식일에 일함.
3. 궁핍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가 우선 : 의식적 규례를 그 후의 것이다.
4. 계명때문에 사람의 필요를 부인하는 것은 그 목적에 위배되는 일이다. 

저자가 이렇게 안식일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을 논증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안식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셨으며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음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안식일을 대체할 다른 날을 말씀하셨다거나 강조하지 않으셨다는 것이죠.

또한 저자는 기독교가 일요일 준수의 근거로 제시하는 성서의 본문들인 고린도전서16:1-2, 사도행전20:7-11, 요한계시록1:10 등의 본문이 그리스도인의 모임을 묘사해주기는 하나 일요일 모임에 대한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본문의 주해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이러한 시도들을 하는 이유는 예수께서 안식일 대체를 말씀하시지 않았던 것처럼, 사도들이나 초기의 교회들 역시 안식일을 일요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그는 이러한 논증을 통해 기독교의 ‘일요일 모임’은 신학적이거나 사도적 권위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모임이 ‘일요일’로 변경된 사회적/정치적 이유

그렇다면 기독교가 본래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였던 ‘안식일’을 ‘일요일’로 대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자는 그 근거를 유대전쟁으로 인해 로마사회가 갖게 된 반유대적인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2세기 무렵까지 기독교를 유대교의 한 종파로만 여겼던 사회적 분위 속에서 로마사회가 갖고 있던 반유대적 정서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유대교와의 차별을 필요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본래 A.D. 70년 성전의 파괴 이후에도 예루살렘교회에서는 안식일 준수가 계속 되었음을 논증합니다. 그러나 A.D. 135년 하드리아누스가 도시를 파괴한 이후에는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죠. 하드리아누스 칙력의 결과가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유대출신의 그리스도인들과 감독들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로 대체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래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되었던 교회들은 유월절, 안식일과 같은 유대종교제도에 기본적으로 충실했었으나 황제의 억압이 공식화 되고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방인들로 대체되자 교회는 유대종교와 구별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일어난일이 예식달력에 대한 변화입니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예루살렘교회의 지도자의 변화만으로 기독교사회가 ‘안식일’을 ‘일요일’로 대체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단지 지도자의 대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로마제국의 ‘반유대정책’과 더불어 당시의 교회에서 발생되었던 ‘반유대적 정서(신학적 논쟁 등으로 인한)’가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죠. 

저자는 이렇게 로마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선택한 날의 변경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에 의한 것임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배경속에서 교부시대의 교부들이 논증했던 반유대주의에 기반한 일요일 준수에 대한 글들을 소개하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교부들의 주장을 기반으로 ‘일요일’에 대한 신학이 점차 발전하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선택한 날은 ‘일요일(태양의 날)’이었을까요? 

그것은 기독교인들은 비록 자신들을 ‘태양숭배자’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여겼다 할지라도 ‘태양’은 기독교의 신앙을 설명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두 가지 전통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는데요, 하나는 하나님을 빛과 태양으로 결합시켰던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의 전통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을 특별히 태양의 날에 존경했던 이교도의 전통입니다(이와 관련된 행성주간제도-월(달), 화(화성), 수(수성), 목(목성), 금(금성), 토(토성), 일(태양)-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책을 구하실 수 있다면 책을 통해 한 번 살펴보시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교도의 이러한 전통을 수용한 것 역시 이교도적인 어떠한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태양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구원의 역사의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인 창조와 부활을 적절하게 기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논증 후에 저자는 부활, 창조, 8요일 등을 언급하는 ’일요일신학’을 말합니다. 

즉 일요일에 대한 신학으로 의미는 부여하고 있지만, 기독교인들이 안식일을 일요일로 변경한 것은 본래, 신학적인 이유에서가 아니요 정치적/사회적인 이유 때문 이었으며, 우리가 오늘날 말하고 있는 ‘일요일신학’은 날을 변경한 교회의 전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사후조치였다는 것입니다. 

즉, 신학(신앙)에 의해 날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날을 변경한 후에 의미(신학/신앙)를 부여했다는 것이죠.

“안식일을 대신하여 일요일 준수를 도입한 것은 그리스도의 권위나 사도들의 권위에 의해 초기 예루살렘 교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후에 아마도 로마교회에서 외부적인 환경들로 말미암아 발생했던 것임을 본 연구는 보여주었다. (중략) 이것은 일요일 준수가 성서신학적 기초나 사도적 권위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연구를 통해서 확인하고자 애쎴던 후대의 유력한 요인들에 의존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 412~413쪽.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이러한 논증을 마친 후에 “오직 성경으로” 라는 개혁주의 신학원칙에 입각한 이들이 성경의 권위가 아닌 교회의 전통(그것도 사회적/정치적 이유로 변경된 전통)에 의해 일요일을 주의 날로 준수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기를 합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회적/정치적 이유를 부정적으로 보는 큰 이유는 그것이 ‘반유대적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신학적인 이유가 아닌 반유대적 정서에 기인하여 제국의 통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유로 날을 변경한 교회의 전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요일 준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죠. 그의 종교적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제지는 당연하면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가 말하듯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안식일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이웃(저자는 ‘불쌍한 동료 인간들’이라고 표현)에게 온정어린 우정과 봉사를 제공함으로 구원의 축복을 경험하는 시간”(425쪽)임을 생각해 본다면, 더군다나 일요일이 보편적인 휴일이기에 공동체가 함께 모이기에 용이함을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는 마지막 문장을 주의 날을 휴일(Holiday)로 여기기 보다는 하나님의 거룩한 날(Holy day)로 생각하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거룩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더불어 가져봅니다. 

저자의 마지막 제안은 신학적입니다. 

물론 그의 문제제기도 신학적입니다. 하지만 저자도 책의 앞 부분에서 ‘안식일의 의미’를 말할 때에 언급 했듯이 안식일에 담겨져 있는 ‘구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즉 차준희가 언급했듯이 신명기의 안식일 명령의 기원은 ‘출애굽’에 근거한 ‘사회적 요인’에 있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비록 일요일에 대한 신학이 이후에 덧붙여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안식일이 일요일로 대체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반유대적 정서’가 확실하다면, 그것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겠죠. 

1. 차준희는 이에 대해 출애굽기의 안식일 계명은 ‘신학적인 이유’에 근거하고 신명기의 안식일 계명은 ‘사회학적 이유’에 근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차준희, “모세오경바로알기”, 성서유니온선교회, 204쪽을 보라. [본문으로]